안녕하세요. 전남지역의 다양한 예술가분들을 만나고 소개하는 방송
복지 TV 전남방송(사장 이영춘) 문화가소식입니다.
머리와 팔다리가 없이 몸통으로만 된 조각상을 ‘토르소’라고 부릅니다. 박치호 화백이 화폭에 담은 토르소는 어딘가 당당함이 느껴집니다. 그렇다고 기세등등하게 고개를 치켜든 오만함은 결코 아닙니다.
그림 속 몸통들은 그저 자기 자신으로서 오롯하게 서서 풍겨오는 존재의 힘으로 다가옵니다.
화백이 표현한 몸의 형상은 우리가 알고 있는 살빛의 범주에 들어와 있는 색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퀴퀴한 듯 선명한 명암으로만 그 경계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어둡게 그을린 그 몸들은 처진 가슴과 뱃살, 도무지 매끄러울 것 같지 않은 살결, 두껍게 무너진 비율을 공유합니다. 때로는 여성인지 남성인지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흥미롭게도 화백의 토르소는 언제나 풍경 하나 없이 몸 하나만을 직설합니다. 두상 그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림을 보는 사람 그 누구도 화폭의 인물이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확언할 수 없습니다. 몸에는 얼굴이 없고, 얼굴에는 표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박치호, 화가
상처를 작업을 하게 된 배경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여러 문제들 중에서 기억과 또 상처 그다음에 우리가 외형으로는 외상에 의한 흉터들이 남잖아요. 그런 점에서 어떤 상처의 역할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죠.
과거에는 내면의 모습을 이야기해야 되기 때문에 약간 토르소 형태로 했거든요. 이런 것들이 같이 연결돼서 순서대로 작업이 전개됩니다.
이 작업에 주안점을 두는 건 인간의 내면의 모습이거든요. 변색동물에서도 마찬가지고 그런 내용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작업을 봐주시면 훨씬 더 이해가 편하실 겁니다.
작업 과정은 페인트 롤러의 심을 사용해 물감이 물감을 가리는 행위가 차곡차곡 이어집니다. 롤러 심으로부터 묽게 흘러내리는 물감 자국이 많아지는 동안 작가는 계속해서 중첩에 중첩을 거듭합니다.
표정 대신 수차례 물감을 덧올린 중첩된 평면으로 남은 얼굴은 누군지 모르게 충분한 익명성을 가지고, 왠지 모르는 안전함도 느껴집니다.
엔딩) 박치호 화백에게 상처는 작업 세계를 관통하는 큰 줄기입니다. 그러나 이 상처는 딱히 피를 흘리고 있지도 않고, 절규하지도 않습니다. 무엇보다 특정한 사건을 지시하지도 않습니다.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 알 수 없고, 어디에 어떻게 난 것인지 알 수 없는 상처들은 그저 누군가의 몸에 고여 있음을 작품을 통해 보여줍니다.
화백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은 자신만의 사연으로 누군가의 상처를 담백하게 풀어 이야기 건네며 어루만져줍니다.
https://youtu.be/DPEd8TB6NBw?si=9qC_BhdA7Q0chGk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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